요즘 읽은 책...

평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정주진, 다자인, 2013)

류현민 2014. 3. 27. 09:58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평화,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평화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아닌가? 


목차를 살펴본 나는 평화라는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하기엔 책이 '전쟁, 가난, 차별,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평화의 반대는 무엇일까? 라는 소제목에 속으로 '전쟁'이라고 답해보았다. 저자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했다. 폭력... 목차에 담겨있던 주제들이 이해가 됐다. 평화를 해치는, 평화로운 세상을 저해하는 것은 전쟁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갖은 형태의 폭력이라는 것에서부터 이 책의 평화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평화라는 담론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하고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나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분단 상황과 긴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황인지 쉽게 서술되어 있다. 

게으로고 능력이 모자라 가난한 것 아니냐는 힐난과 비웃음에 놓여 있던 가난의 문제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산물이라는 시각과 그 가난이 결국 우리 사회를 평화롭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은 어찌보면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라는 식으로 편협하게 가지고 있었던 평화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같은 방법으로 무분별한 소비와 우리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갖은 차별 역시 우리 사회를 평화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람들은 누구나 평화로운 상태를 원한다. 하지만 누구나 원한다고 말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평화라는 담론이 너무 크게 느껴져 개인의 역할을 벗어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또는 내가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식의... 하지만 지금까지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게 된 것은 사회 이곳저곳에서 개개인의 노력과 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짧은 책이다. 길지 않고 특히 쉽게 쓰여져 있어 좋았다. 게다가 챕터마다 생각해 볼 문제가 정리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평화라는 것이 우리 삶 이것저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댓가라는 것, 평화라고 하는 '큰' 이야기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활동의 변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