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친구를 격려하는 아이들 모습보며 울컥

류현민 2015. 8. 4. 18:57

2학년 수련회를 다녀오고 나서 페이스북에 적었던 후기를 은평시민신문에서 실어 주었다. 조금 지난 글이지만 기록 차 옮겨 싣는다.


친구를 격려하는 아이들 모습보며 울컥


류현민(숭실고 교사)

숭실고 2학년 수련활동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있었습니다. 수련활동을 준비하는 교사로서 여러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수련활동에 대한 불신과 안 좋은 기억들, 학교에 대한 불신, 안전문제 등. 그래서 적지 않은 친구들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었지요.


하지만 수련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수련활동을 지도해주신 지도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학년 기획으로 사전 답사를 다녀왔을 때 우려되는 몇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았으며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도자 선생님은 “우리는 '선생님'이지 '교관'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저의 걱정과 불신을 덜어주었지요. 2박 3일 동안 보여주셨던 모습은 선생님들 말씀처럼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셨지요.


우리 반에 대인 관계를 힘들어 하는 특수 학급 학생이 있는데 이번 수련활동에서 이 학생이 공동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두 달 동안 그 학생이 반 친구들과 함께 활동을 하며 웃음을 보인 모습을 못 봤는데 이 학생이 친구들과 같이 활동을 하며 웃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둘째 날 장기자랑 시간이었습니다. 10팀이 나왔는데 그 중 특수학급 친구들이 4팀이나 나왔습니다. 처음에 나온 친구는 특수학급 담당 선생님께서 장기자랑에 나온 것을 놀랄 정도로 조용한 친구였지요. 걱정도 있었습니다. 학생이 백지영의 '잊지말아요'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시작하자 저는 걱정을 했습니다. 학생은 노래를 너무 힘들게 불렀고 박자도 음정도 맞지 않았습니다. 행여 아이들이 야유를 보내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야유대신 박수와 함성이, 친구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 강당을 메워


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노래를 듣던 아이들이 특수 학급 친구가 부르던 그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야유대신 박수와 함성이, 친구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 강당을 메웠습니다. 노래를 듣는 선생님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렸습니다. 사회를 보던 지도자 선생님들도 눈물을 닦으시더군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수련활동을 마치고 평가회 시간에 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공부만 강조하던 자시의 교육활동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사실 이번 수련활동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겠지만 우리 선생님들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교육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그래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평가회 시간에 선생님들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가 아이들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선생님들의 꼰대같은 시선으로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아주 멋있게,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었습니다.


교장 없는 학교,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학교에서도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고 있는 학생들이 멀쩡한 학교에서 제대로 된 관심과 교육을 받으면 얼마나 훌륭하게 자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교육이고, 학교이고, 선생이라면 우리는 지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하여 아이들 스스로 리본을 달고, 편지를 쓰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우리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게 됩니다.

 

수련회를 다녀온 후 듣게 된 뉴스들이 우울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못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뒤틀린 기준과 사회 모습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 훌륭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만들어주고 보여 줄 사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진실을 가르치고 정의를 보여주는 선생님으로 설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자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