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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재개발]“얘들아, 심심할땐 동네미술관 놀러와”… 지역 밀착형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류현민 2015. 8. 9. 18:55

[르포] “얘들아, 심심할땐 동네미술관 놀러와”… 지역 밀착형 미술관 ‘헬로우뮤지움’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헬로우뮤지움은 놀이 및 경험 중심의 작품 감상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향유의 지역편차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5월 워크숍에서 지역 초등생들이 자신이 꿈꾸는 미술관을 유리벽에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헬로우뮤지움 제공


서울의 재개발지역 성동구 금호동에 주민과 호흡하는 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들어섰다. 개관전 ‘놀이시작’의 오픈(8일)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이곳을 5일 찾았다.


지난 5월 지역 초등생과 함께 한 워크숍 때 누군가 미술관 전면 유리벽에 그린 파란 고래 그림이 작가들의 작품보다 먼저 손님을 맞았다. 미술관이 어떤 곳이냐는 물음에 ‘부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답했던 아이들이다. 생업에 바쁜 부모들 중에는 미술관을 평생 가보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은 국내 첫 사립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의 김이삭(41) 관장이 ‘동네미술관’을 표방하고 낸 분점이다. 2007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헬로우뮤지움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객이 급감해 폐쇄 위기에 처했다. 후원자를 물색하던 중 벤처기부펀드 ‘C프로그램’과 연이 닿았다. C프로그램은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 다음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 등 몇몇 기업인들이 만든 일종의 자선회사다. 한숨을 돌리게 된 김 관장은 지역 밀착형 미술관을 꿈꿨던 애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동네미술관 사업을 새롭게 시도했다. 문화예술 공간이 없는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아 선정된 곳이 금호동이다. 


금호동 헬로우뮤지움은 1970년대 건축된 낡은 2층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어린이화장실은 마치 동굴에 들어가는 것처럼 꾸몄다. 또 옥상에는 동네 아이들이 소망한대로 ‘드로잉스튜디오’와 텃밭을 만들었다. 이름은 거창하게 스튜디오지만 실상은 옥상에 흰색 가벽을 세워 아이들이 맘껏 그림을 그리게 한 공간이다.


개관전에는 하트를 통해 다양한 인간 감정을 보여주는 강영민 작가의 하트 작품, 종이박스를 관객과 같이 임의로 쌓아올리는 방식의 오유경 작가의 ‘움직이는 도시’, 밥공기와 접시를 포개서 만든 홍장오 작가의 ‘비행접시’ 등이 나왔다. 홍순명 작가는 재개발지역에서 수거한 뽀로로 인형, 화병, 접시 조각 등을 랩으로 싼 ‘사소한 기념비’ 연작을 전시한다.


김 관장은 “이곳에는 조손 가족이 많다. 어린이와 가족, 나아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턱을 낮추기로 한 것에 비춰 입장료는 일반관람 5000원, 체험관람 2만원으로 작지 않은 금액이다. 김 관장은 “성동구청과 협의해 지역주민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02-3217-4222).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