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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값싼 산업용 전기’ 손질해 ‘전기 의존 에너지구조’ 개선 시동(출처 : 한겨레)

류현민 2013. 11. 21. 10:38

등록 : 2013.11.19 20:12수정 : 2013.11.19 22:06

산업통상자원부 한진현 2차관과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평균 5.4% 전기요금 인상과 체계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 가격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OECD평균보다 전력소비 70% 높고
증가속도도 지나치게 가팔라
안정적 발전설비 공급 어려운 상황

절반이상 소비하는 산업부문 인상
가격체계 개선효과 미미 지적도
“중장기 요금 현실화 정책 세워야”

정부가 19일 내놓은 전기요금 인상안의 핵심은 저렴한 요금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늘어온 전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특히 산업용 요금을 평균 인상률 이상으로 올려 전기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1월 평균 4% 오른 이후 10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앞서 전기요금은 2011년 8월과 12월에 각각 4.9%와 4.5%, 지난해 8월에도 4.9% 오른 바 있다. 최근 3년간 인상 폭은 이번이 가장 높다.

정부는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을 고려한 적정 수준의 인상요율은 8%를 웃돈다고 밝혔다. 이번 요금 인상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올해 원가회수율은 평균 92.3%로 추정된다. 다만, 올해 원전 가동 정지일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앞으로도 요금 조정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원전 안전성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사회적 비용 등도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말해, 추가 요금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수준이 다른 나라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기소비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소비량 대비 70%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06년에 2030년 총 에너지 소비 가운데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21%로 예측한 바 있는데, 이미 지난해 19%에 도달했다. 예측치보다 20년이나 빠른 증가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이런 전기 수요를 감당할 안정적 발전설비 공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밀양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설비 증설과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과도한 전기화 현상은 왜곡된 에너지 가격에 따른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전기요금이 최소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유류·가스에서 전기로 소비가 옮겨간 것이다. 한 예로,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과거에는 유류를 쓰는 자가발전시설을 설치했지만, 유류값이 오르면서 발전기 가동을 멈추고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직접 공급받고 있다.

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곳은 전체 전력소비의 55.3%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이다. 무엇보다 인상 폭(6.4%)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제조 공장의 경우, 요금 인상분이 월 2919만(월 전력사용량 350만㎾h 기준) 가량 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전기요금 억제 정책만 믿고 앞다퉈 전기로를 늘려온 철강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 날 철강협회는 “전기요금 6.4%가 오르면, 연간 2688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전력 다소비 업종인 시멘트 업계도 260억원의 추가 요금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고, 정유·화학 업계 역시 요금 인상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또 요금 인상 외에도 내년부터 개별소비세를 석탄(유연탄)에 ㎏당 21원씩 부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엔 18원씩 깎아주는 것으로 수요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이럴 경우, 전력의 판매단가는 2.5~3%가량 올라가고, 엘엔지는 1.8~20%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계절별·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7~8월에만 적용되는 여름철 전기요금을 6월에도 적용하고, 여름철과 봄·가을철의 최대부하시간대 요금 적용 시간을 1시간(오전 10~11시) 더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요금 및 세율 조정으로 산업부는 연간 최대피크전력을 약 80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전 1기의 발전량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에너지정의행동은 “현재 최대 전력수요가 7652만㎾(2013년 1월)이므로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력수요 감축효과는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인 석유보다도 싼 왜곡된 가격체계 개선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오이시디 기준으로 전력과 실내 등유 간 상대가격은 1.45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0.62에 그친다. 한진현 차관은 “이번 세율 개편과 요금 조정을 반영하면 0.66 정도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에너지시민회의는 이 날 논평을 내어 “유연탄뿐 아니라 원전에도 ‘위험세’를 신설해서 과세해야 한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한 것처럼 전기다소비 업체와 타협의 산물로 찔끔찔끔 전기요금을 올리는 단기적 인상안을 넘어서는 중장기 요금 현실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안은 논란 끝에 포함되지 못했다. 전력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누고 최고 11.7배를 내도록 한 누진제는 취약계층 보호라는 애초 명분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한전은 다음 달 초 개선안을 마련하고 관련 공청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