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스크랩] 차칸 남자와 NEAT(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우리말과 글을 지키자.

류현민 2012. 10. 9. 15:10

한글날 특집 논평

 

차칸 남자와 NEAT,

우리말과 글을 지키자.

 

뿌리깊은 나무와 차칸 남자

작년 외세와 사대주의자들의 집요한 반대와 음모에 맞서 훈민정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였다. 드라마의 인기만큼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당시 분위기가 떠오른다.

올해 한 드라마가 제목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차칸 남자라는 원제로 방영을 준비 중이던 드라마가 공영방송이 앞장 서 한글을 파괴하고 있다는 시청자들과 시민단체들의 항의 끝에 착한 남자라고 제목을 바꾸어 방영 중이다.

 

우리나라 공용어는 영어?

이명박 정부는 어륀지발언으로 국민들의 비웃음을 샀던 인수위를 시작으로 5년 내내 영어 교육 강화 정책을 펼쳐 왔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일과 후에는 영어 학원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진학도, 취업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작 학교에서는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답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아이들이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 해 낱말의 뜻을 우리말로 설명하는 대신 영어 단어로 대체하는 웃지 못 할 경우도 있다. 도대체 국어가 우리말인지, 영어인지 모를 지경이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정부가 앞장서 영어에 올인하는 사회

상황이 이러함에도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한결같다. TOEIC, TOFTL, TEPS를 대신할 수 있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만들어 시행하겠다는 것도 그 의지의 반영이다. 올 해 첫 시험을 시작으로 이미 7개 대학교가 수시전형에 NEAT를 반영하여 선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능 영어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6월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이 치러졌으며, 이미 학원가에는 NEAT 대비 강좌들이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입시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NEAT가 그 취지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원하는 등급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은 NEAT에 응시할 것이고, 시험 대비를 위해 학생들이 학원에 몰릴 것은 보나마나한 이야기다. 또 다른 돈벌이를 사교육 시장에 만들어 준 것에 다름아니다.

 

우리 얼이 살아있는 우리말과 글을 지켜내자

사교육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어내면서 교육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부와 특권의 대물림이 심해지는 정책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NEAT에 대한 우려가 단순히 이러한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말과 글에는 민족의 얼과 지혜, 역사가 담겨있다. 일제 강점기 일제가 우리말과 글을 못 쓰게 했던 이유도, 우리의 선조들이 일제에 탄압 속에서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어공화국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 영어를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일제 강점기 지배 계급의 언어, 일본어를 쓰면서 신세대, 지식인인양 행세하려 했던 행태가 떠오른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영어가 필요 없다거나 영어교육이 경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어는 외국어일 뿐이라는 것이고, 필요에 의해서 배우고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영어교육의 위상이다. 우리말과 글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사랑받는 것은 한글날 기념식을 한다고 아끼고 사랑하자는 식의 캠페인을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하는 우리말과 글의 위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음은 1948년 서울대 이기인 교수님이 한글날을 맞이하여 쓰신 글이다. 시사 하는 바가 커 옮긴다.

 

딴 나라의 글과 말은 제 나라의 글과 말이 꽤 터가 잡힌 다음이면 얼마만큼 이용은 할 지언정 제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우는데 먼저 딴 나라의 그 것을 배워야 되게 하여 제 나라의 민주문화를 이르키는 데 큰 거르낌이 되게 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제 나라의 말과 글을 부뜰고 살리려는 것은 그 겨레가 살아보자는 첫걸음이며 가장 거룩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말과 글이 없어진 겨레는 사람의 넋까지 흩어져 망하고 마는 까닭이다.”

 

출처 :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 참세상
글쓴이 : 함께 꾸는 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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